레딧에 올라온 매우 흥미로운 글 (Velma characters parallel wizard of 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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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를 당시 회사 근처 개봉관에서 보았던 기억이 망령처럼 떠올랐다. 2009년 12월, 추웠지만 두근거렸고 끝내 슬퍼졌던 그날 밤, 피곤한 남자에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었다. 가까운 곳에 앉았지만, 푸른 거인들이 뛰어다니는 스크린은 너무나 멀어 보였다. 미래에서 온 나의 유령과 만나는 내 과거의 유령을 보았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환상들이 배회하는 공간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의 심장은 함께 뛰었고 시공간의 온도를 미세하게 높였다. 붙잡고 싶었고 뿌리치고 싶었다. 수수께끼 같은 인사를, 거짓말을 나누면서 우리는 판도라 행성을 떠났다. 우리가 잠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끝을 향해 지나온 길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보낼 수 없었던 답장은 어느 버려진 서버에 절절한 이진 코드로 남았다가 무신경한 다른 코드가 덮어썼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은 전할 길이 없다. 그래서 삶이 종종 아프고 외로운 것이다.
오랜만에 만들어 본 자막은 구글 드라이브 로 관리.
Velma의 제작에 깊이 관여한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벨마의 목소리를 연기한 민디 케일링. 전설의 시트콤 The Office 제작에 작가이자 배우,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IMDB에는 흥미로운 인터뷰의 일부가 소개되어 있다. 2005년 The Office 제작 당시, 14명의 스태프 중 단 2명의 여성 작가 중 하나로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모든 남자들이 저와 항상 섹스하고 싶어해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성희롱이 끊이지 않아요.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야 했어요. 곧 소송이 시작될 거예요. 하지만 그 외에는 정말 좋았어요.
민디 케일링의 경력을 요약,
- 다트머스 대학 2학년, 코난 오브라이언 심야 토크쇼에서 인턴.
- 대학 졸업 후 브루클린으로 옮겨 가 스탠드 업 코미디.
- 2002년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굿 윌 헌팅을 쓰게 된 과정을 재구성한 코미디 Matt & Ben 집필 및 공연.
- 2004년 디 오피스의 작가로 합류, 초기에는 스태프가 8명이었고 케일링이 유일한 여성이었음.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켈리 카푸어로 직접 출연.
- 2011년 The Office 시즌 8 총괄 프로듀서로 승진.
- 2011년 첫 회고록, 나 없이 다들 잘 지내나요? 출간, 5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 2012년 민디 프로젝트 각본, 제작, 주연. 벨마의 총괄 프로듀서인 찰리 그랜디는 디 오피스의 동료 작가였고 민디 프로젝트에서도 호흡을 맞춤.
- 2013년 타임 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100인 목록에 오름.
- 2015년 두 번째 회고록이자 유머 에세이 왜 나는 안 되나요? 출간, 16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 몇몇 애니메이션에서 성우로 활약.
- 2018년 영화 시간의 주름에 출연.
- 2020년 세 번째 회고록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끔은 예외) 출간.
- 2021년 HBO Max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벨마의 총괄 프로듀서, 성우로 참여.
첫 시즌 네 개의 에피소드가 방영된 Velma에 대한 박한 별점은 분노 표출에 가깝게 보인다. 투표에 참여한 사용자 중 절대 다수가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다. 나머지 사용자 중 가장 큰 그룹이 만점에 투표했는데 아마도 무너지는 평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을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평점이 이 작품의 내적인 평가를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사용자 평점이란 원래 그런 것이지만… 다만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더 나아가 분노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싶어진다.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스쿠비두 시리즈에 별다른 애정이 없는 나에게는 매우 훌륭한, 적어도 별점 8개 정도는 주고 싶은 스핀오프 쇼이기 때문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재치있는 대사들, 장르에 충실한 유머들, 배경에서 흐르는 연쇄살인 플롯, 캐릭터들 간의 갈등과 캐미, 그리고 성장… 네 개의 에피소드만 봤지만 아무리 박하게 평가해도 꽤 잘 만든 쇼이다. 벨마와 대프니, 노빌이 소수 인종이고 프레드만 백인으로 재설정된 점이 어느 정도나 평점 테러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도 궁금하고, 노골적으로 부각되는 페미니즘, LGBTQ 와의 관련성도 궁금하다.
『크리티크 M』 제3호에 실린 <세계 여성운동사를 빛낸 사회주의 할매들>은 냉전의 승리자인 서구 자본주의진영이 삭제한 동구권과 남반구 페미니스트들의 업적을 환기시킨다. 양성평등 헌법과, 낙태 합법화, 집단보육시스템, 루드밀라 파블리첸코,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WIDF(국제민주여성연맹), 국제 여성의 해, 멕시코 세계여성대회를 주요 키워드로 그 역사를 요약하면서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함께 오늘날에는 “미국과 그 서구 동맹국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역사가 왜곡”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서구권 여성의 지위가 성장하는 데 컴플렉스와 경쟁심리가 자극제로 작용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세계여성대회의 목표를 놓고 두 진영 사이에서 보인 의견 차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권의 대표단은 주로 법률적, 경제적 평등 문제에 집중하기를 바랐으나, 동구권, 남반구의 대표단들은 양성 불평등의 근원이 될 만한 모든 문제를 해결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편 남반구 국가를 대표하는 여성들은 경제개발, 식민주의, 인종차별, 제국주의, 전 세계적 차원의 부의 재분배 등에 대한 발언권을 요구했다. 사실상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 중인 남아프리카나, 빈곤, 폭력, 국채 등으로 시름하는 구 식민국가에서 양성평등을 목 놓아 외치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프리카 국가의 대표들은 인종차별 철폐를 성차별 근절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로 간주했다.
p. 87
서구권의 페미니스트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북미 페미니스트들이 놀라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그들은 전 세계인이 전부 자신들처럼 가부장이 여성 억압의 주된 원인이라는 신념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제3세계 여성이 미국 페미니스트인 베티 프리단보다 더 가깝게 여기는 인물이 카를 마르크스라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p. 89
이 글이 서구권의 여성운동을 다소 납작하게 묘사하는 느낌도 들지만 그동안 사각지대에 묻혀있던 어떤 요점을 부각하는 의미에서 충분히 납득가능한 정도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이윤보다 우선시되는, 한층 평등하고, 한층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망으로 연대한 이들”의 이름이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지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사회주의 할매들(레드 그랜드마)’은 지금과는 또 다른 종류의 세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굳게 믿었다. 비록 더 이상 그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그들의 꿈만은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p. 92
기억 저편의 ‘사회주의 할매들’을 발굴하고 그 역사를 복원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바둑 세계 대회 시작 이래 볼 수 없었던 성 대결을 성사시킨 최정 9단은 중앙일보에 여성 바둑 기사로서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가 남자보다 왜 바둑을 못 둘까’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이유를 계속 찾았는데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이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면서도 “그 이유를 계속 찾을수록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편견을 갖게 되고, 내가 원하는 곳에 닿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진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찾기보다 내가 원하는 목표에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말했어요.
허스트중앙 엘르, <바둑 역사상 최초! 세게 메이저 준우승한 여성 기사 최정 9단이 맞서온 편견>, 2022. 11. 11.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던져오던 어려운 응수타진에 가장 완벽한 정수를 찾아 착수한 최정 선수. 정말 이 선수의 헤아리기 어려운 그 깊이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바둑실력뿐 아니라 인품도 너무나 훌륭하다. 삼성화재배 결승이 끝나고 이뤄진 기자회견 분위기는 승리한 신진서보다 패배한 최정에게 더 큰 관심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으면서도 그저 그뿐인 사람도 있는데 최정 9단처럼 다방면에서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도 있다. 이 선수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란다.
어제 치뤄진 2022년 삼성화재배 4강전. 최정 9단이 국내 랭킹 2위이자 상대 전적에서 0:5로 밀리고 있던 변상일 9단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까지 여성 기사가 세계 대회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은 국내 국수 타이틀을 보유자이기도 했던 루이나이웨이(芮迺伟)가 거둔 응씨배 4강이다. 최정 선수는 남녀 통합 메이저 세계 대회의 결승에 오르는 최초의 여성 기사가 되었다.
81, 93번과 같은 수들은 프로 해설자들과 AI조차 놀라게 만든 과감한 수였다. 당장 실리를 손해 보는 수이기 때문이다. 81번 수가 실리를 포기하더라도 공격으로 전단을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수라면, 93번 수는 최정 선수의 깊은 수읽기 능력을 보여주는 묘수이다.
변상일 9단은 별다른 고민 없이 94로 막았다가 95번 수를 맞고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뺨을 세게 때리고 눈물을 훔치며 울기도 했다. 옆자리에 앉아서 대국을 하고 있는 최정 9단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매우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바둑이 끝나고 뛰쳐나가는 변상일 선수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나서야 비로소 활짝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로 규칙이 바뀌어 세계 대회의 경우 보통 온라인 대국으로 치뤄지는데 국내 선수끼리 대국하는 경우에는 같은 방에 나란히 앉아 두게 되므로 나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프로 선수들에게는 이기고 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바둑이 그 이상의 무엇이라고 여겼던 시절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보면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사들은 패배가 고통스럽더라도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와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승부에서 패하고도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 프로가 아니다’라고 했던 이창호 9단도 이기나 지나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의 면모는 성적과는 별개의 어떤 경지를 느끼게 했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를 바둑의 신으로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AI가 인간의 바둑을 이기면서 그동안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던 바둑이 단 한 가지의 의미로 바뀌어 가는 것은 아닐까.
대선 기간 중 집걱정끝장넷에서 발표한 기획 보도자료.
말하고 싶지 않은 것
당신네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꺼리는 주제가 무엇이냐는 레딧의 어떤 질문에 올라온 댓글 하나.
I live in Japan for 3 years and have some Japanese friends. Everytime I asked them about WW2, they mostly did not know the atrocities that Japan did in WW2. They knew Japan was in the wrong side, but it seems the details were lost. It seems like there is a national effort to forget this history because it was “shame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