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스스로의 감정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고, 별 한 점 없는 캄캄한 격정의 늪을 헤매면서도 구차한 자기연민을 경계했다. 정치적으로, 윤리적으로 후회할 만한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쳤다. 가장 진실되면서도 후회 없이 행동하라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버려야 한다고. 더 큰 가치를 좇아야 한다고. 하지만 우편물 통보를 받고 진심으로 두려웠다. 그토록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시나리오를 확인해주는 무뚝뚝한 마침표일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