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Daylog ETC

아바타, 추억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를 당시 회사 근처 개봉관에서 보았던 기억이 망령처럼 떠올랐다. 2009년 12월, 추웠지만 두근거렸고 끝내 슬퍼졌던 그날 밤, 피곤한 남자에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었다. 가까운 곳에 앉았지만, 푸른 거인들이 뛰어다니는 스크린은 너무나 멀어 보였다. 미래에서 온 나의 유령과 만나는 내 과거의 유령을 보았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환상들이 배회하는 공간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의 심장은 함께 뛰었고 시공간의 온도를 미세하게 높였다. 붙잡고 싶었고 뿌리치고 싶었다. 수수께끼 같은 인사를, 거짓말을 나누면서 우리는 판도라 행성을 떠났다. 우리가 잠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끝을 향해 지나온 길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보낼 수 없었던 답장은 어느 버려진 서버에 절절한 이진 코드로 남았다가 무신경한 다른 코드가 덮어썼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은 전할 길이 없다. 그래서 삶이 종종 아프고 외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