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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없지만

선배와 통화를 하다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모든 것이 전제 하나를 바꿔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니 인생의 선배인 게지. 나는 아직 멀었다, 멀었어. 그렇게 펑펑 울고 나니 그동안 미칠 것만 같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귀가하여 방안을 둘러보니 정성 가득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게 내 생각과는 다른 의미들이었던 거야. 하지만 다른 의미로 그러는 게 가능하다고? 세상 모두가 너 같지 않아. 그럼 모든 게 설명된다. 아니, 하지만 전에 나눴던 이런저런 대화들을 보면 설명이 안 되는데? 지난 대화 따위 복기하지 마. 아무런 의미 없어. 그래 상대방의 마음을 착각하긴 했어도, 나는 나대로 사랑할 수 있는 거지. 거기서 삐끗하면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법.

나는 진심으로 그분의 행복을 빌 수 있다. 고양이가 없지만 다행히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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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앓는 소리를 낼 때면 고양이들은 내 가슴팍 위로 뛰어올라 까슬한 혀로 얼굴을 훑곤 했다. 네가 아픈 건 알겠다만, 그래도 밥은 차려주고 다시 앓으려무나. 무심한 명령을 나는 기꺼이 알아들었다.

몸이 좋지 않을 때는 꿈의 길목에서 고양이들을 만난다. 꿈속의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면서도 아이들에게 밥과 물을 챙겨준다. 가끔 다른 고양이들, 이를테면, 우리 집 마당 어딘가에서 태어났다가 훌쩍 떠나버린 고양이들,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하게 식은 채 발견된 아기 고양이들도 모여 있다. 세상에, 너희들 여기서 살고 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야. 내가 밥을 챙겨줄게. 아프지 말고 늘 행복하게 지내렴.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깬다. 익숙한 외로움이 반긴다.

얼마나 화나고 아프고 외로우실까. 제발, 부디, 건강과 평안을 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