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익숙한 이야기조차도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로 만든다. 낯설고 독창적이다. 치밀하고 시각적인 묘사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열 살짜리 여자아이, 미네아의 존재는 매우 암시적이다.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미네아가 블라드를 “영원한 삶”으로 이끌었다.
어린아이들은 순수한 내적인 힘이오, 나바로 씨. 우리 생명력의 일부분은 각각의 어린아이 안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힘을 낭비하고 있어요. 우리는 어린아이의 상태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고자, ‘사회에 유익한’ 일꾼이 되고자 한단 말이오.1카를로스 푸엔테스, <블라드>, 민음사, 116p.
저주받은 백작 블라드는 멕시코시티의 변호사 나바로에게 대항하지 말고 “직장이라는 저주”로 돌아가든지 그들의 “떠돌이 부족”으로 들어오라고 말하지만, 나바로는 삶과 직장이라는 저주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음에도, 내 생명력이 이미 어느 무덤에 파묻혀 있음을, 내가 어느 곳을 가든 뱀파이어의 무덤에서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삶의 의지를 제아무리 주장해도 내가 살아온 것이 블라드의 그 음흉한 부족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음을 알아차렸고, 따라서 내가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131p.
그가 어떤 삶을 선택하든 흡혈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절망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지식인들의 공포 아닌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거요. 얻는 사람도 있고 잃는 사람도 있지요. 그만 포기하시지요.3125p.
footnote
- 1카를로스 푸엔테스, <블라드>, 민음사, 116p.
- 2131p.
- 312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