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설농식씨 이야기” (복길)는 김동령, 박경태 감독의 영화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를 상당히 매혹적인 방식으로 평하고 있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된다.
근원적인 불안 — 그러니까 좀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동시대를 사는 어떤 여성(들)의 불안 — 을 삼킬 수 있는 섬뜩하고 으스스한 존재란 지금껏 주변에 존재해왔지만 장르적인 전통 속에서 배제되어 왔던, 글도 모르는 여자들의 머릿속에 가득하던 ‘수상하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오로지 화자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이고 무질서하게 나열되고 섞이고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만들어지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뒤죽박죽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들으려는 사람에게 비로소 말을 한다.
살아온 인생의 굴곡은 모두 다르지만 꾹 참은 울분이 터져 새어 나오면 그 속에 우리는 같은 모습으로 섞인다.
복길, “설농식씨 이야기”
내러티브가 문제가 아니고 그 수상하고 몽환적인 머릿속 장면들을 탄생시킨 억압의 기원들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며 바로 그 기원들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여자들)은 기어코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채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