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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여백

류블랴나의 어느 헌책방에서 우연히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초판본을 비롯해 슬라보예 지젝이 소장했고 그의 흔적이 가득한 책더미를 발견하신 분이 올린 글을 봤다.1https://reddit.com/r/rarebooks/comments/1s1jiyl/derrida_first_edition_with_zizeks_annotations/ 지젝은 역시 (생긴대로) 책에 메모하고 밑줄 긋는 사람이었구나. 어느 정도 공부에 미쳐있는 사람인 것은 확실하지.😂

정반대의 의미에서 유명인의 손길이 닿았던 책을 얻었던 적이 있다. 예전 인터넷 헌책방에서 구입한 집시법 관련 서적이었는데, 첫 장을 펼치니 어느 악명 높은 법조인에게 증정한다는 저자의 서명이 있었다. 선물로 받았지만 전혀 읽지 않고 처분해 버린 깨끗한 새 책. 아마도 대중 집회나 시위는 탱크로 밀어버리는 게 낫다고 여길 만한 사람이니, 집시법에 대해 학술적으로 고민하는 책 따위 볼 이유가 없었겠지. 같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사유를 확장하는 치열한 전장이겠지만, 그 법조인에게는 서재의 온도를 조금도 올리지 못하는 차가운 소품이었던 것.

footnote

hurd에 의해

Living at the mercy of the wind and my own curio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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