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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crime

2026년 1월 1일부터 체코에서는 공산주의 운동을 홍보하거나 전파하는 행위가 나치즘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게 되었다.1Czechia: When Communism Beacame Illegal Again

체코의 법 개정이 특히나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도덕적 대칭성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은 공산주의 정치가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영역, 즉 계급 적대(class antagonism)의 영역으로 “증오(hate)”의 논리를 슬그머니 확장한다. 조항의 문구 자체를 보면, 금지된 운동은 권리를 억압하거나 인종, 민족, 국가, 종교적 증오를 선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급적 증오(class hatred)”를 옹호하는 운동으로 규정된다. 이 추가된 문구는 기술적인 세부 사항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핵심(pivot)이다.2같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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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Politics

邪教의 政治

기독교「밋쇼ㄴ」대학인 이화(이화(梨花))여자대학에서는 지난 십사(十四)일 학교전통의 신앙과 배치되는 이단 (이단(異端)) 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졸업반 학생 오(五)명을 포함한 십이(十二)명의 학생에 대하여 제명처분을 정식으로 발표하였는데 전에는 교수 오(五)명을 같은 이유로 파면시킨 일도 있어 교육계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 다대한 파문을 던지고있다. 그런데 동교에서 이단교라고 지적한 교파는 어떤것인가? 작년초부터 부산 (부산(釜山))에서 기독교혁명운동이라하여 문(문선명(文鮮明)=삼육(三六))씨 주도아래 시작되어 작년 사(四)월 서울로 올라오면서 본격적인 교회운동을 하게 되었다는 기독교의 한 분파로서 현재 서울교회 (통일교회)에서 책임자로일한다는 유(유효원(劉孝元)=사이(四二)) 씨의말을 들어보면통일교회는 『기성기독교의교회가 부패할대로 부패한 오늘날 참다운 예수의 진리를 밝히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종교혁명의 봉화를 들었다』 는것이다.

그런데 이 통일교회는 현재 이(二)백여명의 신도와 부산 대구 두 곳에 교회처소를 갖고있는 것인데 이화대학교와 연희대학 (연대(延大))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하며 교회운영은 풍경사진 「푸로마이트」를 가두판매하며 사진업을 함으로써 충당하고있다한다.

<이대(梨大)에 제적사태(除籍沙汰)>, 조선일보, 1955년 5월 16일.

문선명은 초기에 엘리트 계층을 포섭하는 데 주력한다. 형식적으로 신선한 논리체계를 갖춘 교리를 개발함으로써 전후 혼란스러운 허무주의에 빠져있던 젊은 지식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세주가 한국에서 탄생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을 재림예수로 동일시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타락한 천사와 이브 사이의 음란 행위가 원죄이며, 구원받으려면 하나님의 혈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혈통 복귀” 의식이 교주와의 직접적인 성관계(피가름)을 통해 이뤄졌다는 이탈자들의 진술이 있었다.

치안국 중앙분실에서는 사(四)일밤 서울 신당동 소재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세칭통일교회(世稱統一敎會))의 주재자인 문선명(문선명(文鮮明)=삼육(三六))씨를 구속하였는데 전기문씨는 당년삼십육(三十六)세 임에도불구하고 사십오(四十五)세로 늘려 병역을 기피했다는 병역법위반과 불법감금등 혐의로 구속된 것이라고한다. 그런데 전기통일교회는 현하 기독교의 교리와 위반되는 사교(발교(發敎))라고 하여 앞서 이화대학에서는 통일교회의 신도인 등교 교수 및 학생을 파면 또는 퇴학처분한 사실도 있어 한때 세간에 화재를 던진 바 있었던 것이다.

<통일교주인공(統一敎主人公) 문선명씨구속(文鮮明氏拘束)>, 조선일보, 1955년 7월 6일.

한때 일반의 주목을 끌어오던 통일교회사건 제일(一)회공판이 이십(二十)일상오 서울지방법원 재사(四)호법정에서 윤학로(윤학노(尹學老))판사주심 강서룡(강서용(姜瑞龍))검사 관여아래 개정되었다. 그런데 이 공판은 교리나 기타 문제에 대한 것은 전연 없고 순전히 교주 문선명(문선명(文鮮明))외 삼(三)명에 관한 병역법 위반에 대한 공판이었는 바 피고들은 사실심리에서 연명인상을 시인하였다.

<병역기피시인(兵役忌避是認)>, 조선일보, 1955년 9월 21일.

문선명은 병역법 위반, 불법 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에게는 일종의 전환점, 조직과 전략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피가름’과 관련한 풍기문란 혐의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섹스교라는 비난을 일축할 만한 법적 근거를 얻게 되었다. 60년대 이후부터는 포교를 사회 활동 뒤로 숨기기 시작한다. 예술단, 학교를 설립하고, 성대한 합동결혼식을 연출한다. 또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 해외로 눈을 돌린다.

삼(三)일 서울 청파동(청파동(靑坡洞)) 일(一)가 칠일(七一)의삼(三)「세계기독교통일 신령협회 서울교회」에서 전국남녀신도 칠십삼(七十三)쌍의 합동결혼식이 오전 팔(八)시부터 시작되었다.

주례는 이 교회의「선생님」문선명(문선명(文鮮明))씨 부부가 흰예복을 입고 섰고 결혼을 하는 신랑신부의 옷은 한결같이 까운비슷한 흰예복을 길게 입었으며 식장에 참석한 신도들도 신을 제외한 양말장갑까지 모두 하얀 것을 착용하고 있었다.

<통일교도(統一敎徒)들합동결혼식(合同結婚式)>, 조선일보, 1962년 6월 4일.

신도가 된 미국사람들은 살아있는 주님이라는데 매혹되어 혹은 어느 다른 종교와 달리 너무나 뚜렷한 하나님을 앞에 내놓았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덤벼들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들 교회책임자들에 의하면 인류는 말세를 당하였으나 무차별파괴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인간죄악을 멸해서 창조본연의 이상을 실현하고, 그 실현이 재림이상에 의해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한국에 태어난 문선명씨를「아버님」이라고부르고있다.

그리고 문선명씨의 이름을 영어로 써서「Sum·M·Moon」이라하여 해와달, 즉 세계를 통일하는 구세주의 이름으로해석하고 있다.

<미국(美國)에 번지는 한국통일교(韓國統一敎)>, 조선일보, 1964년 7월 5일.

기성 교회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화해가 가능할 리 없다. 한국에서 종교로서의 입지는 더 어려워진다.

그는 창조론(創造論)에서 인간(人間)은 미완성단계에서 타락함으로써 인간이 신(神)의 창조성으로 물려받은 책임분담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창조목적인 지상천국(地上天国)을 이루기위해서는 인간이 완성(完成)된 개체(個體)로 복귀(復帰)되어야한다.그리고 타락한 인간의 구원을 목적으로 온 예수의 죽음은 따라서 신(神)의 구원목적의 실패를 의미한다.

예수의 재림(再臨)의 필요설은 여기에서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예수의 재림이 가져오는 이 세상의 종말은 이 지상(地上)의 종말이 아니라 지상천국(地上天国)을 이룩하는 것이며 불의 심판이 아니라 말씀(진리(真理))의 심판이된다. 이어서 그는 재림(再臨)하는 예수는 필연적으로 한국에 나타날 것이라고 신구약(新旧約) 성서(聖書)를 인용, 주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선악과(善悪果)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창세기(創世紀))에 대한 해석. 이브를 유혹한 뱀은 타락한 천사이며,타락한 천사(뱀)와 이브 사이의 불륜(不倫)의 관계, 그리고 이브와 아담 사이의 불륜(不倫)의 관계로 풀이하고 있다.

이 음난(淫乱)행위가 원죄(原罪)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죄(原罪)를 구속(救贖)하려고 온 예수가 그 구원목적을 실패했기 때문에 메시아의 재림(再臨)이 불가피한것이며, 이제 한국은 그 메시아가 나타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안병무(安炳茂)(중앙신대(中央神大)교수)박사도 성서(聖書)의 부분적인인용은「성경을 비참한희생물」로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동세(韓東世)(정신과의(精神科医)·서울의대(医大)교수)박사는 문선명(文鮮明)씨나 유효원(劉孝元)씨 등 통일교회(統一敎会) 지도자의 개인적인 성장환경에 관심을 보였다. 현실에서 좌절이 심하고 반항(反抗)이 강한 사람들의 집단적인 에고(ego)를구하려는 욕구충족과정으로서 종교를 파악했다.

따라서 이성(理性)보다는 정서에 호소하려는 요소—열광주의,비논리성(非論理性)—의제거가 기성,신흥을 망라한 종교가 당면한 문제라고 말한다.

<기성교회(既成敎会) 통일교회(統一敎会) 최초(最初)의 대화(対話)>, 조선일보, 1968년 9월 12일.

종교적 논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던 걸까.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서 반공이데올로기를 “교리”로 도입한다. 냉전 시기 한국, 일본, 미국의 보수 진영과 궤를 같이 하는 강력한 반공 메시지를 통해 주류 사회에 빠르게 침투하고, 국가의 정계 핵심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지지 기반을 닦는다.

특히 주목되는것은「공산주의(共産主義)를 이론적으로 승복시킬수있는 원리(原理)」로서제시되는 승공이념(勝共理念)이란바로 통일교회(統一教会)의교리(教理)인「원리(原理)」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낳은 3대신학서(代神學書)가운데 하나」라고 연대신대학장(延大神大學長) 서남동(徐南同)교수가 격찬한 통일교회(統一教会)의 교리(教理)가운데 특이한 점은 ①예수님께서 한국에 재림(再臨)하고 ②인류세계는 이 재림한 예수를 중심으로 하나의 대가족(大家族) 사회로 통일되며 ③이에 따라 하나님의 구원섭리의 최종목표인 지상천국(地上天国)을 세운다는점이다.

최종목표로 설정된 지상천국(地上天国)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수 없으나 이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통일교회(統一教会)가 승공(勝共)운동을 들고나섰고, 이것을 의도했든 안했든간에 국가시책과 상응(相応)한다는 점에서 당국의 직접간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정치성(政治性) 띠는통일교회(統一教会)>, 조선일보, 1970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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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삶

“I would rather be ashes than dust!
I would rather that my spark should burn out in a brilliant blaze than it should be stifled by dry rot.
I would rather be a superb meteor, every atom of me in magnificent glow, than a sleepy and permanent planet.
The proper function of man is to live, not to exist.
I shall not waste my days in trying to prolong them.
I shall use my time.”

나는 먼지가 되기보다 재가 되는 것을 택하겠다!
내가 피운 불이 화려한 불꽃으로 타오르다 꺼지는 것이,
썩은 나무가 되어 꺼지는 것보다 낫다.
나는 나태한 행성보다는 찬란한 유성이고 싶다.
인간의 본래 임무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을 단순히 연장하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시간을 제대로 사용할 것이다.

— Jack London’s Credo

홍콩의 사민련(社會民主連線, League of Social Democrats, LSD)의 해산 선언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고, 무의미함 앞에서 주저하지 맙시다. 홍콩의 모든 어두운 구석에서, 우리는 확신으로 빛나기를 바랍니다.”1플랫폼.C, “홍콩 사회운동 최전선을 지키던 진보정당의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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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여성

기표로 현실을 만들지 못하니 현실에 폭력을 가해 기표를 짜내려 한다. 생물학적인 여성만 여성으로 인정한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여성혐오적이다. 라캉적 의미에서 여성은 지워져서가 아니라, 고정된 의미가 부여됨으로써 억압당하지 않던가. la femme n’existe pas(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1https://www.lacan.com/nonexist.htm 남근이라는 기표로 (힘, 리더십, 성공 따위의 마초적인 상징들로) 대표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기표화되지 않은 타자로 남는다. 그래서 늘 여자에게는 특정한 기표를 덧씌움으로써 억압이 작동하는 것이다. 권위주의는 부정형의 성적 타자에 대한 불안을 견디지 못한다. 때문에 폭력적으로 이를 봉인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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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파시즘

결국 우리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은, 민주주의가 기대고 있는 경제적‧정치적 제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불공정한 권력 집중으로 흐르게 되고, 그 권력이 결국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파시즘을 민주주의 내부에서 생겨날 수 있는 위험으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외부의 일로만 여긴다면, 트럼프 같은 인물들과 그가 이끄는 과두 정치 세력의 부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인 개인의 권리’를 내세우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오히려 권위주의적 논리로 변질될 수 있는지도 끝내 직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1Rafael Holmberg, The Fascist Tendencies of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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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최근 역(逆)차별, reverse discrimination에 관한 몇몇 코멘트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역차별 주장은 차별이 본질적으로 권력과 제도, 역사에 뿌리를 둔 구조적 억압이라는 점을 무시한다. 차별을 개인적인 불공정 행위로 환원한다.

평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기울어진 구조를 보정하는 조치, 다시 말해 평등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득권(특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다. 그들의 평등은 일종의 레토릭으로서 개별 행위의 평면에서 작동하는 형식적인 것이다. 인간 개인에게서 사회적 관계를 사상하고 그들 (그러니까 추상적 인간) 모두에게 동일하게 대하는 것이 그들의 평등이다.

차별의 역을 상정함으로써 윤리적인 회피 효과를 얻는다. “너희가 차별받고 있다고 하지만 너희도 똑같이 우리를 차별하고 있다.” 가해와 피해가 전도되고 권력관계가 지워진다. 이렇게 기존의 차별을 형식적으로 뒤집는 역차별 개념은 구조적 권력 관계를 지우고 기존의 특권을 피해로 위장하고 실질적 평등을 위한 시도를 불공정으로 둔갑시킨다.

그러나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진보적 리버럴리즘의 위선적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최근 영화에 다양한 인종과 성 정체성, 성별이 포함되는 포용성 마케팅은 고무적으로 보이지만, 영화 산업의 소유 구조, 자본 배분, 노동 착취 등 근본적인 불평등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 인종, 젠더 관련 표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규제하지만 그 내부에 존재하는 계급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눈감는다. 겉으로는 포용과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존 권력 구조를 재생산하거나 은폐한다. 표면적 다양성은 유지하지만 권력 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 표현의 폭력성은 제거하고 싶으나 구조적 폭력은 건드리지 않는다. 인권, 기후, 젠더 등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면서도 정작 노동운동, 반자본 투쟁, 실질적 연대 등 구체적 실천에는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이다. 진보성은 도덕적 쾌락의 형식으로 소비된다.

반차별 인권운동의 문제는 역차별 따위가 아니라 어중간한 타협, 급진성의 부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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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호, 김주익

노무현 추모행사 관련 뉴스들을 흘려보내다가 가슴이 답답하여 배달호 열사 추모시집을 꺼냈다.

설거지하다 무심히 그의 집을 본 순간/ 티브이 속 기자의 두 팔이 30년 보일러공이었다는/ 그의 집 거실을 뚫고 방으로 꺽인 순간 식탁 놓을 자리도 없다/ 불평하던 우리 집 거실이 출렁출렁 넓어지던 순간/ 그가 분신했다는 공장 콘크리트 바닥과 농성 중인 깃발들을 뚫고/ 좁아터진 집 어딘가에 숨어있을 그의 노모 구부러진 생애가 보이는/ 순간 나는 냉동실에 갇혔다// (…) 얼마를 살았어야 우리 내놓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 방과 방 사이 소리와 소리 사이 방음벽을 치고/ 숨죽여 나누던 사랑의 시간, 그 짧던 모든 밤들이여/ 우린 몰래 사랑했다 가난하여 보일러실 불꽃처럼/ 안으로 타들어가기만 했으니 화석이 되어버린/ 이 몸뚱이는 뉘 육체를 입고 태어날 것인가 다시

김해자, “사랑하기에 충분한 시간” 中, 배달호 노동열사 추모시집 “호루라기”, 도서출판 갈무리, 2003, pp. 18.

기억해야 한다. 2003년 열사 정국은 노무현 정부의 노동 탄압에 대한 처절한 항거였다. 사람이 먼저라던 대통령에게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불순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린 또, 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자본의 욕심을 보았다. 돈에 날이 밝고, 돈에 해가 지는 자본의 세상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 노동자의 처절한 현실을, 그리고 우린 또, 보고 들어야만 했다. 가장 공평해야 할 사법부의 편애함을,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할 정치가의 오만함을, 가진 자의 편에 빌붙어 목숨을 아부하는 언론을 보았다.

객토문학 동인, 같은 책, p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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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87

<참여사회> Vol.324에 실린 최성용의 글 ‘언어와 주체의 갱신: 12월 3일 이후의 세계’에 따르면 2024년 광장은 광장의 계보 위에서 두 가지가 변별된다. 우선 민주당과 광장 사이 ‘미싱링크’가 발생했는데 이는 민주-진보연합이 불가역적으로 파열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두 번째는 시민들이 기존의 사회운동과 긴밀하게 ‘링크’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관점이 엄밀한 분석에 기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를 전개하여 새로운 운동의 주체를 발견한다.

다른 하나는 1987년 직후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의 발전 및 형성에 비견되는, 사회운동의 집단적 주체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이전의 촛불 광장에서도 새롭게 운동에 진입하는 이들은 늘 존재했지만, 현재의 ‘말벌 동지’들은 페미니즘을 비롯해 시민사회의 기성세대와 일정하게 단절적인 사상과 의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존 사회운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한 비상행동 내에서도 젊은 활동가들은 이전과 달리 평등하고 시민들에게 반응적인 광장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서로 연결되고 집단적인 경험을 공유한 활동가들은 그간 침체된 시민사회에 새로운 흐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양상들이 장기적인 정치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나는 포스트 1987년 체제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에 나오는 인상적인 시구가 떠오른다.

세상의 실로 아름다운 것을 목도하는 순간 사람은 노예가 되길 멈춘다.1이 번역은 넷플릭스의 영화판본에서 가져온 것이며, 베가북스의 한국어판은 같은 시구를 다소 실망스럽게 번역하고 있다: “그들은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노예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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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 번역은 넷플릭스의 영화판본에서 가져온 것이며, 베가북스의 한국어판은 같은 시구를 다소 실망스럽게 번역하고 있다: “그들은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노예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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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2025년 2월 15일 모르데카이 브래프먼(27세)이라는 유대인이 마이애미 비치에서 트럭을 몰고 가다가 유턴해서 방금 지나온 차량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피격 차량에는 브래프먼과 일면식도 없던 아버지와 아들, 야론 라베이와 아리 라베이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플로리다에서 휴가를 보내던 이스라엘인들이었다. 아들은 어깨에, 아버지는 왼쪽 팔에 총상을 입었다. 브래프먼은 두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발견했고 그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어깨에 총을 맞은 아리 라베이는 가해자가 팔레스타인인이라고 생각했고 페이스북에 “아랍인에게 죽음을”이라는 글을 올렸다. 팔을 다친 아버지는 사고 당시 머리에 야물커를 쓰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의 불가해한 타자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존재가 프로이트적 의미에서 이웃이 아니던가. 서로를 팔레스타인인으로, 서로를 빨갱이로 오인한다. 외부의 적은 필연적으로 내부의 적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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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패

트럼프는 2005년, <액세스 할리우드>라는 티비 프로그램의 한 에피소드를 촬영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빌리 부시에게 여러 여성을 겨냥한 음담패설을 늘어놓았고, 2016년 테이프가 공개된다. 유명 배우이자 모델인 아리안 주커에 대해서도 (트럼프 자신처럼) 유명인이 되면 무슨 짓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 better use some Tic Tacs just in case I start kissing her. You know I’m automatically attracted to beautiful—I just start kissing them. It’s like a magnet. Just kiss. I don’t even wait. And when you’re a star, they let you do it. You can do anything. Grab ’em by the pussy. You can do anything.

지난 2월 28일, 트럼프의 반복되는 카드 은유, 당신이 쥐고 있는 패가 없다는 말에 젤렌스키가 “나는 카드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정당하게) 반박하는 영상은 이를 지켜보던 으뜸패(trump)를 쥐고 있지 않은 모든 나라의 인민들에게 오랫동안 잊기 힘들 만한 외상적 경험을 선사했다. 무섭다가 우스꽝스러우면서 소름 끼치는 경험. 식사 시간에는 말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식사 시간 내내 하는 카프카의 아버지, 법을 말하면서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 그들은 손에 으뜸패를 쥐고 있고 손바닥에 王자를 새겨넣었다. 게임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