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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log

정원 테이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마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했다.

며칠 전 135x38mm 방부목을 사와 1200mm 길이로 여섯 개를 재단했다. 목재를 가공할 때 나는 나무 냄새가 너무 좋다. 목수가 직업이었다면 더 행복할까? 모서리를 샌딩한 후 투명 바니시를 칠하고 말렸다. 바니시가 잘 마르면, 다시 바니시를 칠한다. 총 네 번 반복한다.

그렇게 준비한 목재로 오늘은 정원 테이블의 상판을 교체했다. 썩어버린 옛 시간을 뜯어낸다. 새 목재를 올리면서 타이머가 리셋되는 거다. 준비해 둔 목재를 올리면 끝이었는데, 고정할 때 필요한 목재용 나사못이 모자랐다. 급히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서 사 왔다. 감기 때문에 아직도 콧물을 흘리는 상황에서 찬 바람까지 맞으니, 눈물도 흘렀다. 왕복 20km를 달렸다. 돌아와 헬멧을 벗었더니 얼굴에 눈물과 콧물 자국이 뻣뻣하게 느껴진다.

한국인들이 미얀마식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서 ‘쪼쪼’라고 불리던 인물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국의 추위가 견디기 힘들었지만 시종일관 푸대접을 받던 17세의 소년, 골짜기를 타고 칼바람이 불어대서 얼굴에 눈물 자국이 그대로 얼었던 소년. 심지어 나조차도 그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 너는 참 실망스러운 놈이로구나. 그동안 참았던 온갖 복잡한 감정이 복받쳐서 마당 한가운데서 오열했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던 고양이, 봄이와 앙금이가 놀랐는지 잔뜩 긴장했다. 십수 년 전, 토미와 어굴이가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면, 이제는 너희가 그 자리를 채워줄 거니? 곁을 내어주지도 않는 매정한 녀석들이 그럴 리가.

상판을 완성하고 나서 커피를 한잔했다. 테이블 옆에는 장작을 태울 화로가 있고, 산수유나무와 포도나무가 있다. 집안의 모든 사물, 모든 생명에는 추억이, 기억이 깃들어 있다. 저주이자 축복이다. 아침 기온이 영하 4도였지만 어쨌거나 산수유꽃이 노랗게 피었다. 포도나무에는 싹이 돋고 있다. 식물도 이토록 치열하게 제 몫의 삶을 살고있다. 오후의 따뜻한 햇볕을 머금은 시골의 마당은 이제 영상 8도. 오른손을 가만히 펴서 인사하듯 들어봤다. 산수유나무야, 안녕! 나도 배운 건데, 이렇게 손을 인사하듯 펴 들면 습기나 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단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