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서로의 욕망이 완벽히 합치될 수 있다는 감상적인 기대를 저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사랑은 완성이 아니라, 인간 주체의 근원적인 결여와 상대의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조우하는 비극적 사건에 가깝다.
조화로운 통일이라는 환상을 걷어낼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의 결함을 내 정체성의 초석으로 받아들이는 진실의 장소에 도달한다. 사랑의 위대함은 불가능을 극복하여 기적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불가능성 자체를 관계의 유일한 토대로 삼는 용기에 있다.
필연적으로 어긋나고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실패의 반복이야말로 서로를 도구화하지 않고, 타자로서 온전히 마주하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이다.1네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내가 고통스럽고 실망스럽다면, 역설적으로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금 나의 환상이 아닌 참된 너를 마주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 우리는 다시 기꺼이 실패해야 한다. 사랑은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주체의 가장 고결한 결단이기 때문에.
footnote
- 1네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내가 고통스럽고 실망스럽다면, 역설적으로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금 나의 환상이 아닌 참된 너를 마주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