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는 날, 개울가를 걷다가 떨어진 하늘타리를 보았다. 괜히 주우려다 발이 진창에 빠졌다. 되돌아간 길은 아니 걷던 길이 되는가. 썼던 글을 지우면, 했던 말을 잊으면, 없던 일이 되는가. 빈자리가, 부재가 존재보다 오래 남는 메시지였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떠올리며 씁쓸히 웃었다. 검열된 기억의 빈자리마다 싸늘한 증오가 고여 있어 슬프다. 이토록 그리운데 그토록 미울 수가 있다니… 젖은 발이야 어찌어찌 되겠지. 첨벅첨벅 물을 튀기며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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